웹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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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예술강사

음각과 양각의 조화, 글자를 조각하는 서각공예
[손기문 강사]

돌이나 나무에 무언가를 새기는 행위는 인류가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들이다. 훈민정음 목판, 대동여지도 목판 등 대표적인 작품들이 새김질을 통해 제작되었으니 서각의 역사는 인류 역사의 출발과 함께 한다. 쓰는 것을 넘어 혼을 담아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전통 예술 서각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손기문 전문예술강사를 춘천에서 만났다.

  •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춘천에서 서각 작가와 전문예술강사로 활동하는 손기문입니다. 저는 춘천에서 공무원으로 30여 년 간 근무하고 정년퇴직 후에 제2의 인생을 서각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전경01

  • Q. 혹시 춘천이 고향이신가요?

    A.아닙니다. 고향은 강원도 양양이고 학교는 주문진에서 다녔습니다. 20대 중반에 춘천으로 발령이 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춘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춘천이 제2의 고향인 셈이죠.

  • Q. ‘서각’에 대해 아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번 기회에 알아보니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서각이 흔히 만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은데요. 서각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경01

    A.좀 낯설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서각 작품은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서각은 문자를 새긴다는 뜻인데요. 목공예에 속하고, 공예이기 때문에 문자뿐 아니라 그림도 새길 수 있는 나무로 표현하는 아름다운 예술작품이죠. 쉽게 생각하면 판화는 나무나 금속의 면에 형상을 그리고 잉크나 물감을 묻혀 찍어내는 그림이잖아요. 서각도 그것과 비슷하지만 판화는 동일한 것을 여러 장 찍어 낼 수 있고, 서각은 하나의 작품으로 독창성을 가지는 예술품입니다. 서각을 모른다고 해도‘나무에 글씨 새기는 것’이라고 하면 다들 그때서야 “아~그거!”그러시죠.

  • Q. 서각의 매력이나 좋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우선 잡생각이 나지 않아요. 나무와 내 작품에 집중하고 있으면 주변은 고요한데 두드리는 소리만 나죠. 무료하지 않고 시간이 정말 잘 가요. 어떨 땐 작품 만들다가 하루가 다 가기도 하고, 밤까지 이어지면 그런 날은 작업실에서 자기도 하고요. 서각이 정신집중에도 좋아서 취미생활로 서각을 배우길 추천 드립니다. 또 나무와 가까이 하면 자연스럽게 자연과 친밀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영향덕분인지 저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나무처럼 편안하고 서각처럼 천천히 살고 싶어요.

  • Q. 서각과 전문예술강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퇴직 후의 삶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왔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어떻게 살면 제2의 인생을 잘 살아볼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았죠. 그러다 우연히 서각을 알게 됐습니다. 원래 나무를 좋아하고 나무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도 곧잘 해서 서각을 한 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에 우선 취미로 시작을 했습니다. 춘천에서는 배울 곳이 없어서 서울로 배우러 다니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 취미였던 서각이 퇴직 후 자연스럽게 제2의 인생이 되었습니다. 꾸준히 즐기다보니 전문예술강사라는 좋은 기회도 만나게 되었고요. 저는 강사로서 누굴 가르친다는 생각보다 회원들과 함께 지금도 계속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 Q. 소양호 서각 동호회는 주로 어떤 분들이 계시고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전경01

    A.회원 분들은 50~60대가 많습니다.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목공예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잘할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여자 분들이 섬세하고 꼼꼼하게 다양한 소품을 잘 만들지요. 서각은 칼로 나무를 파는 게 아니라 칼을 대고 망치로 살살 두드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작업실에서 전시회도 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하지 못했어요. 앞으로 회원 분들과 꾸준히 전시회도 열고, 공동으로 함께 작업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Q. 현재 춘천 효자동 약사천 공원에 서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에 대해 직접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전경01

    A.그럼요. 물론입니다. 효자동 약사천 공원에‘아름다운 가치 사전’이라는 주제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감사, 겸손, 용기, 양심, 배려, 사랑, 인내, 존중, 행복 등 24가지 가치 사전 단어를 하나하나 서각 작품으로 만들었는데요, 이 작품들을 보시면 서각이 단순히 글을 새기는 것을 넘어 그 문자의 의미를 담아내는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양심’이라는 문자에는 지문 모양을 그렸죠. 양심은 마음의 지문이니까요, 이렇게 아이디어를 찾고 기획하고 나무에 새기는 것까지 하는 것이 서각 예술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주변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 수업으로도 활용될 예정입니다. 서각 작품과 함께 건너편에는 효자동 벽화마을도 있으니 춘천에 오신다면 꼭 한 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 Q. 앞으로의 목표와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A.사실 춘천은 아직까지 서각이 많이 알려지거나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보다 서각에 대한 관심과 동호회 활동이 조금 더 활기를 띠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저도 서각작가와 전문예술강사로서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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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연주

    에세이스트, 여행작가, 프리랜서 기자, 글쓰기&심리교육 강사. 우리의 사소한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소중하게 기록합니다.

    • B컷 현장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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