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예술가와 09호(2020-12-21)
강원예술동아리 교육지원사업 웹진
예술동아리
색소폰앙상블
[깍지]
아모르 파티 (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무슨 일이 생길까 기대가 되고 잠들기 전 오늘도 스스로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
음악과 함께 삶을 즐기는 사람들, 색소폰 동아리 ‘깍지’를 소개한다.
Q. 안녕하세요. 동아리 소개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깍지는 평균 60대 이상의 회원들로 이루어진 강릉 색소폰 동아리입니다.
제일 나이 많은 분이 70대 후반이에요. 퇴임하신 분이나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예요.
현재 28명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고, 예술가와 동아리 활동은 1년 반 정도 됐습니다.
Q. ‘깍지’라는 이름이 참 예뻐요. 동아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A. 창단 멤버 5명이 재미있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봉사 활동도 하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각자 색소폰을 취미로 하고 있었고 대부분 7~8년 이상은 됐어요.
창단 멤버끼리 돈을 모아 중앙 시장 근처에 동아리 방을 먼저 만들었죠.
그동안 활동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을 하나둘 연결해 제안하고 합류하다 보니 현재는 28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깍지’라는 이름은 회원 중 고문으로 계시는 분이 지었습니다.
서로 손을 맞잡는다는 의미로 모인 사람 모두 함께 뜻을 맞춰 정답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게 됐어요.
가훈이나 사훈처럼 우리 동아리도 목표로 하는 덕목이 있는데, <건강, 화목, 봉사> 세 가지를 마음에 늘 품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와, 인원이 꽤 많네요. 지난 10월 원주에서 열린 전국 어르신 문화동아리 경연대회 ‘THE 실버스타K with 강원’에서 대상도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A. 네, 저희도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동아리에서는 그동안 주로 버스킹이나 봉사 활동 성격의 공연을 해 왔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제천에서 열린 색소폰 대회에 참가해 예선을 4등으로 통과하게 됐어요.
비록 본선에서 상을 받진 못 했지만, 이를 계기로 다양한 것을 배웠고, 저희 실력도 평가받을 수 있었죠.
다음 목표를 위해 좀 더 진지하게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도 됐고요. 이번 ‘THE 실버스타 K with 강원’에도 그렇게 참가했어요.
‘몽금포 타령'과 '울고 넘는 박달재'를 색소폰 곡으로 편곡해 연습해서 나갔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한 팀당 7분으로 제한되어 있어 움직이는 시간 빼고 연주곡은 거의 5분 30초 안에 우리의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두 곡을 준비해 피나는 연습을 했지만, 사실 대상까지는 전혀 생각도 못 했었어요.
결과 발표를 들었을 때, 엄청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더군요. 현재 동아리 분위기도 굉장히 고무되어 있고, 계속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Q. 지금도 합주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으세요. 색소폰을 만나기 전과 지금, 삶이 달라진 게 있나요?
A. 아주 다르죠.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좋아요.
저녁에 연습 끝나고 집에 가면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냈다는 사실이 보람 있어요. 누구나 그렇잖아요.
다들 오늘 어떻게 보낼까 생각할 거예요. 물론 연습하는 건 힘들고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듭니다.
그래도 머리가 띵하고 몸이 찌뿌드드하다가도 막상 연습실에 와서 내가 좋아하는 가요를 색소폰으로 불면 너무 좋아요.
노래방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때 기분 좋은 것보다 기분은 배가 되거든요. 무엇보다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이잖아요.
그게 멋진 거죠. 가족들도 사이가 돈독해지고 있어요. 코로나 전에는 가족 음악회도 했었거든요.
아들딸 손자며느리 다 같이 즐기는 공연인데, 가족 중 한 사람이 나와서 장기 자랑을 하기도 해요.
연습실에 간식을 준비해 오기도 하고요. 회원뿐만 아니라, 회원의 가족끼리 서로 친해지기도 합니다.
어떤 동아리 활동도 가족들의 응원이 없으면 마냥 즐겁지 않았을 거예요. 다만, 지금은 가족 음악회라든지 봉사나 버스킹 공연 활동은 코로나 때문에 거의 못 하고 있어요.
저희끼리도 동아리방 방역을 철저히 하고 계속 체온 체크를 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동아리를 즐겁게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스스로가 더 조심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A.누구든 보여줄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하는 시민들도 많아졌잖아요. 2년 전만 해도 야외 버스킹을 많이 했는데, 코로나로 많이 줄었어요.
대중적으로 접근을 했는데,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서 전문적으로 발표할 기회의 장이 좀 더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다른 동아리 공연도 많이 보러 가거든요. 음악을 즐기는 사람끼리 응원하는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기회예요.
예술가와 동아리 지원처럼 시민의 행복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나 문화 예술을 활성화 수 있는 예산들이 늘면 좋겠습니다.
색소폰앙상블 ’깍지‘
대표 박승수
■모임장소 : 강릉시 중앙시장2길 13. 3층
■모임시간 : 매주 수요일.금요일 저녁 7시
박은희
강릉에서 글 쓰는 사람. 인문 커뮤니티 공간 《포남포남》을 운영중이며, 독서모임 전용 매거진 《왜서》, 단편소설집《1분 소설》, 강릉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집필 중이다.
Insta@loveseaclementi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