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으로 마음을 전하다
[그림친구]

낯선 마을을 여행하다보면, '이 곳은 어떤 곳이지?' 라고 상상하며 걷곤 한다. 그럴 때 벽화를 발견하면, 마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그 벽화에는 역사가 있을 수도 있고, 벽 주인의 취향이 그리고 그림 그리는 사람 마음이 담겨져 있을 수도 있다. 벽화 덕분에 마을과 조금 친해진 기분으로,‘그림친구' 멤버들을 만났다.

소소한 재미로 시작하게 되었던 벽화

2017년부터 시작된 비영리단체‘그림친구’는 7명의 멤버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청년들과 봉사활동으로 참여해 주는 청소년들 10∼30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그림친구' 의 이상호 대표는, 서울 어느 마을의 벽화작업을 진행했었다가주민들의 반대와 이로 인한 좌절감으로 잠시 원주에 쉬러 내려왔었다고 했다. 그러다 이 대표가 벽화를 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역에서 조금씩 부탁을 받은 덕에 봉사로 조금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활동비는 강원문화발전소에서, 재료는 주변 페인트가게의 사장님들께서 남은 페인트들을 흔쾌히 갖다 쓰라고 하셨다. 그 때 같이 벽화를 그릴 사람을 모집하여 시작한 것이‘그림친구'의 첫 작업이었다.

하나를 완성하니까, 옆집 어르신도 해 달라 하시면서 전도 부쳐 주시고, 칼국수도 해 주시고, 음료수도 내어 주시니 서울과는 사뭇 다른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또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참여에 적극적인 주민들 덕분에 약속 받은 벽화들을 하나씩 해 나갈 수 있었다고 전한다.

어쩌다 도시재생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맺기 속에서 하나씩 벽화를 그리다 보니 도시재생 사업이 될 수 있겠다 싶었던 이 대표는 원주시로부터 도시재생 지원사업비를 받아 주민 제안을 통해 원주 중앙동 벽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부터 있었던 터널 벽화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주민주도로 이루어진 사업이었다. 중앙동주민자치위원회 어른들께서 철도청에 허가도 받아주시고 벽화를 그리기 위한 도움을 많이 받아 진행하면서 ‘그림친구’는 터널의 지난 역사를 다시 그림으로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주민분들과의 소통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도 프로젝트가 순조롭고 자연스럽게 흘러간 것을 보면 '그림친구'의 진정성과 마음이 주민들에게 정말 잘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터널 벽화 프로젝트가 ‘그림친구’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이유는 철도 터널 작품 덕분에 1년 만에 100년 된 건물의 벽화 작업을 허락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강릉문화원의 지원사업비로 진행될 공간이기에 더 값진 허락이었다.

벽화를 그리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순간

이 대표는 벽화를 다 그리고 나서의 주변 마을 분들의 이야기를 기억해 둔다고 했다. ‘이번 코로나로 꽃구경도 제대로 못 가봤는데, 여기서 꽃구경을 하네' 하시며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시는 주민 분들의 모습은 ‘그림친구' 멤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보람과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이 대표는, 초등학교 앞에 벽을 보면서 아이들은 어떤 그림을 좋아할까 하며 고민하다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그림을 그려줬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봤더니, ‘동물들이요! 저희 코로나 때문에 동물원을 한 번도 못 가봤어요' 라고 하는 얘기에 울컥 했었다고 했다. 이 정도면 벽화는 단순히 그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한 상상을 하게끔 해주는 좋은 공공예술인 듯 하다.

앞으로도‘그림친구'가 원하는 그림보다는, 그 벽을 자주 보는 사람들의 니즈를 더 그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때로는 무료봉사로 벽화를 그리다보니‘그림친구'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의심의 눈초리로 아무 목적 없이 무료로 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 대안으로 지원사업을 하게 되었고 비로소 그들의 진정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 둘 벽화를 그리고 나니 마을에서 이들을 찾아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모여서 그림 그리고 그게 너무 재밌고, 하고 나면 행복한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는 벽화뿐만 아니라 개인의 작품 전시까지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팀원 각자가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계속 해 나가며, 벽화를 그릴 때에는 이 들의 마음과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잘 전해져 앞으로도 붓 끝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행복을 전하는 멋진 공공예술가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